알고 지낸 여자애한테 내일 고백하러간다.ssul
일단 고백은 내일하러 갈 생각이고.. 막상 닥쳐오니까 맘이 싱숭생숭해서 글 몇자 적어본다..느네들이 생각하는 뭐 그런 이야기는 들어가지 않을테니 실망했으면 돌아가도 좋음 ㅇㅇ
나는 20대 초반에서 중반부로 달려가는 건강한 남자야. 대학교 3학년이고.
걔를 만난건 작년이었음. 인생이 알바충이던 난 변함없이 주말에도 알바를 하면서 보내고 있었지. 참고로 알바하던 곳은 동네 작은 레스토랑? 그런곳이야.
그러던 어느날, 알바하는 여자애가 자기 친구를 데려왔어.
지금부터 말할 애가 바로 이 애야. 이 애는 처음와서 적응을 못한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굉장히 소심
했어. 일도 시키는것만 하고 이야기도 자기 친구랑만 말하고 그랬지. 사실 나도 얜 이때까지는 별 호감도
안가고 그다지 뭐 어째 볼 엄두가 안났어. 뭐 지금은 그 성격 그대로긴 한데 많이 나아졌지 ㅋ
어느날 이 애를 데려온 알바생이 그만두게 됐는데 그러다보니까 졸지에 얘랑 말하는 애가 없어진거야. 다른
여자애들도 왠지는 모르겠는데 얘랑은 말을 안하더라고. 일종의 은따? 뭐 그런둣했어. 거기 특성상 남자
알바생은 몇 안되는데 걔넨 이 애한테 말도 잘 안걸고 심지어 어떤 애는 자기랑 동갑인데 나이를 몰라서 서
로 존댓말까지 하드라;
여튼 그렇게 지내다가 하루는 걔랑 같은 구역에서 일하게 됐어. 뭐 구역이라고 해 봐야 룸 한개 같이 보면서 서빙같은거 해주는거지만 말야.
손님이 아직 들어오기전에 다른 애들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막 웃고 떠들고 있는데 유독 나랑 얘만 아무 말을
안하고 있더라고. 내가 좀 그런거 별로 안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먼저 용기내서 말을 걸었어. 아직도
기억난다 첫마디 ㅋㅋㅋㅋ
"몇살이야?"
좀 갑작스럽게 물어본것도 있긴 한데 걔가 놀라서 날 쳐다보드라고. 그래서 내가 재차 물었지. 몇살이냐고.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말을 틔워나갔어.
계속 그렇게 말을 해 보니까 알게 된건데, 원래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친구도 얼마 없고, 누가 부탁하면 쉽게 거절을 못한다고 하더라.
재밌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참 많았어. 한번 말을 붙여놓으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타입이었어. 아마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할 상대가 없어서 그간 못한 말이 주구장창 나오는거였나보더라고. ㅋㅋ
그리고 얘랑 얘기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내 스타일의 여자애더라? 그래서 나도 기분좋아서 덩달아 많이 떠들었다 ㅋㅋ
난 얘랑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번호를 따 갔어. 근데 얘가 낯을 가리는게 좀 심해서 번호 따내는데도 시
간 오질라게 걸렸다; 아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뭔짓인가도 싶고 그런데…지금 돌이켜보면 진짜 신의 한수였던
거지 ㅋ 처음엔 카톡 보내도 존나 늦고 그랬다? 카톡 첨 할때는 늦으면 읽지도 않고 그대로 뒀다가 한 이
틀이나 삼일만에 읽기도 하고 그랬음… 거기다 답도 개단답… 이때 복장 터져 죽는줄…
그래도 계속 하면 없던정도 생긴다던가? 어느날부터는 선톡도 오고 톡 보내면 응답이 제깍제깍 오더라?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 ㅋㅋ
그러다가 작년말이었나? 얘한테 참 고마웠던 날이 있었는데, 남들 보기에는 별 대수롭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나한텐 굉장히 큰 충격이었음. 그도 그럴게 평소에 그렇게 내성적이던 애가 그랬으니 말이야 ㅋ
내 신발이 좀 많이 낡은 신발이었는데 일하다 보니 발이 축축한거야. 보니 발에 바닥 물기가 전부 스며들어
서 양말이 축축하더라고. 그래서 혼자 궁시렁대고 팄는데 걔가 지나가다가 나보고 "오빠 뭐하는거에요?
" 이러길래 내가 신발에 물기가 전부 스며들어서 양말 축축해서 짜증난다고 그랬더니 좀 있다가 자기 가방에
서 예비용 양말 한켤레를 꺼내주는거야 ㅋ
그래서 왠 양말이냐고 하니까 자기 신발도 밑창이 좀 뜯겨서 물새면 축축해지니까 예비용으로 양말 한두켤레 더 갖고 다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 양말을 내가 받은거지.
그래서 그날 밤에 걔한테 카톡이 왔어. 양말 잘 신고 갔느냐고. 그래서 니 양말 잘 신었고 나중에 빨아서
갖다줄게 하니까 안줘도 되니까 자기랑 놀러 가자고 하는거야 ㅋㅋ 어차피 남는게 시간에 알바비 모아둔것도
꽤 됐고 해서 알겠다하고 약속을 잡았지
그렇게 걔랑 얼떨결에 첫 데이트? 비스무리한걸 하게 됐다 ㅋㅋ 뭐 딱히 생각나는건 없고 밥 먹고 영화보고
카페가서 매니저 이** 짜증난다고 뒷담까고 논거? 뭐 이런식으로 첫 데이트를? 무사히 끝냈지.
원래 내가 비용 다 내려고 했는데 부득불 말리면서 더치해야 한다고 하더라? 캬 개념이 넘치는 애였지.
그러면서 점점 친해져갔고 때때로 둘이 만나서 놀러가고 그랬다 ㅋㅋ 얘랑 나랑 서로 볼링 좋아하는것도 겹쳐서 자주 놀러다녔다 진짜 ㅋㅋ
그러다가 어쩌다 보니 올해 초에 모텔도 두어번 갔기도 했고… 뭐 그 내용은 좀 거시기하니 말은 안할께 ㅋ
그러다가 얘가 알바를 그만두게 됐어. 난 얘가 없으니 재미없기도 했고 학교가 바빠서 나도 따라 그만뒀어. 누가보면 얘가 그만둬서 나도 따라 그만둘줄 알거야 ㅋㅋㅋ
근데 알바를 그만두고 나면서부터 뭔가 관계가 조금씩 소원해지더라. 애초에 같은 학교도 동네도 아니니 만나
기도 점점 힘들어져 갔고. 톡만이 유일한 연락처였지. 그런데 그 톡도 점점 예전처럼 단답에 할 말도 사라
지기 시작하는거야.
아마 이쯤부터였나? 내가 얘를 못보니 좀 답답해지면서 아 내가 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라고 느끼게 되더라
고. 그래서 조금 집착을 하게 됐어 ㅠㅠ 얘 카톡 프사나 대화명이 바뀌면 내가 괜히 예민해지기도 하고 얘
를 너무너무 미치도록 보고싶어지는거야. 특히 내가 애를 좋아한다고 느낀 순간부터 더 심해졌고.
학교에서도 얘 생각이 자꾸 나면서 집중이 안돼더라? 그만큼 심각하게 빠져버린거지. 그러면서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다가 어젯밤에 걔한테서 전화가 왔어.
전화는 잘 없던 일이라 뭐지 싶어 바로 받았는데, 애가 술을 잘 못마시는데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고 하
면서 자기 동네로 와달라는거야. 우리 동네에서 걔네 동네까지 지하철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얼마나 걸리면 어떠냐 싶어서 그 즉시 달려갔지.
가보니까 혼자서 계속 술을 퍼마시면서 있더라고. 그래서 얘기하는걸 들어줬는데 아니 뭐 얘기라기 보다는 넋두리에 가까웠지만ㅋ
듣다보니 왜 요새는 예전처럼 안놀아주냐 누구 나 몰래 생겼냐 어쩌고 저쩌고 하더라고. 그래서 아니라고 막
얘기하다가 갑자기 얘가 정색하면서 날 쳐다보는거야. 놀래서 뭐야 이러고 있는데 자기가 학교에서 난생 처
음 고백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해서 거절했는데 바로 어제 그 애한테서 다시 재차
고백을 받았다는거야.
그래서 난 좀 놀라서 받아주지 그랬냐고 맘에 없는 소리를 했지. 그러니까 날 보면서 오빠 생각이 나서 거
절한거라고… 자기한테 아무 스스럼없이 말 걸어준 몇 안돼는 남자네 뭐네 하면서 말을 하는거야. 그러면서
얘가 몸을 못 가누길래 나랑 몇번 만난 얘 친구 불러서 집에 보내고 나도 집에 왔다.
얘가 내일 공강이기도 하고(지금은 오늘이겠네) 술을 이래 퍼먹었나 하면서 있다가 아까 걔가 한 말이 자꾸 걸리는거야. 나도 예전부터 얘 좋아하기도 했고...
여튼 이런저런 생각이 좀 많이 들었는데 좀 전, 그러니까 이 글 쓰기 전이지? 그쯤 되서 고백해야겠다 싶더라.
왠지 이대로 두면 얘가 다른데 가버릴거 같기도 하고…여튼 싱숭생숭 하다..ㅋㅋ 잘 되려나 모르겠다 ㅋㅋ
어쨋든 오늘 꼭 고백할거니까 나중에 성공하면 후기도 남겨놓을게 ㅋ 야심한 새벽에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ㅋㅋ 구라라고 안믿어도 좋아 ㅋㅋ 난 사실이니까 ㅋ
잠도 안오는데 아마 밤새고 걔 만나러 가지 싶다 ㅋㅋ 나도 내일 공강이니 목욕탕 갔다가 가던가 해야지 ㅋㅋ
모두 잘 자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