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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인턴 썰.ssul

김말산 2015. 4. 17. 21:48

안녕?

고시원썰 완결내고 좀 쉬고있던 훈남이야


오늘 회사에 실습생이 하나 와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다가

옛날 생각이 좀 났었거든


내일 출장이라 칼퇴하고 온 김에 삘받아서 

아까 생각났던 옛날얘기

그때 얘길 좀 풀어볼까함


늘 그렇듯이 나는 장편이 될지 단편이 될지 모르고 시작하는거 알지?


쓰다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장편이 될 수도 있고

중요하지 않은거 접어두고 넘어가면 단편이 될 수도 있음


그냥 가볍게 읽어줘


준희처럼 심각한 얘긴 없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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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베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바이오/제약 쪽에서 R&D 일을 하고 있어


작년 말에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했는데

이 얘기는 회사를 옮기기 전의 일이야


당시 나는 회사에서 R&D 외에도 한 가지 맡고있는 일이 더 있었어


형 누나 동생들 내 썰에다가 이런 댓글 많이 달아주지?


"필력 좋네."

"글 잘 쓴다."


언제 봐도, 몇번을 봐도 항상 감사한 댓글들이야

고마워


사실 나는 말을 잘 하는 편이야

그래서 과외빨도 괜찮았었고 (재수생 과외하다가 눈맞은 썰 홍보)

여탕인 고시원에서도 여자들이랑 두루 잘 지냈었지 (고시원에서 간호사들과 한 썰 홍보)


티비에 나오는 그런 달변가들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편안하게 대화 풀어나갈 줄 알고

분쟁이나 오해가 잘 없도록 말 하는 스타일?


하여간 당시 회사 윗분들도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 했었는지


내가 어느정도 연차가 됐을 때쯤

한가지 제안(을 가장한 강요)을 하더라고


"훈남씨가 신입사원 연수를 담당해 줬으면 해."

"제가 하기에는 사이즈가 큰 일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해."


???


뭐???


그렇게 해서 총괄 까지는 아니고 

총괄 바로 밑에쯤에서 연수생들 교육을 하는 멘토가 나의 또다른 업무였어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 했는데

상반기, 특채, 인턴십, 하반기, 인턴십

1년 지나고 나니까 뭐 연구 성과보다 ㅋㅋ 교육 성과가 크더라?


우리 회사는 당시 대학교들과 산학 연계 프로그램 같은걸 하는 중이었는데

몇개 대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2개월간 인턴십을 진행하게 됐어


연수원 및 OJT 교육 1주, 실무 체험 7주 과정이었어


파릇파릇한 애기들도 있고, 꽤 나이가 있는 취준생들도 있어서

사회생활 선배로서, 실무자로서 쳐다보는 재미가 쏠쏠했지


분야가 분야이다 보니 남녀 비율이 4대6 정도로 여자가 좀 더 많았나

진짜 공부 잘하게 생긴 애들도 있었지만

훈훈한 외모의 여대생들이 제법 섞여 있어서 눈요기가 됐지

합숙 기간중에도 꼬박꼬박 새벽에 일어나서 화장을 하더라


그 중에 좀 수수하게 생긴 여학생이 하나 있었어

선크림 정도만 바르고 화장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고

쌍꺼풀 없는 눈매에 웃는 모습이 시원시원했어


레크리에이션이나 교육중에 가끔 내가 유머 코드를 섞어서 멘트를 치면

항상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던 손을 깍지낀채 입 앞으로 모으곤 했지


아 은교 나왔던 김고은 느낌?

그럼 얘는 고은이 


고은이는 평소에 그렇게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교육때나 실무때 모르는게 있다거나 필요한 일이 있을땐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고 요구하는편이었어


그래서 애교있게 굴거나 꾸미고다니는 인턴들 보다는

눈에 덜 띄는 스타일이었지만


아까말한 교육중에 웃으며 깍지낀 손을 입 앞에 모으던 그 모습이

굉장히 여성스러워 보였던 기억이 나

행동이 조심스럽고 여성스럽고 그런게 보이면

외모를 떠나서 일단 예뻐 보이잖아?


첫날부터 선배님, 멘토님 하면서 교육일정이나 회사생활 같은걸로 구실잡아

은근슬쩍 꼬리치는 애들도 있었고

그런애들 중엔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좋은 여자 인턴들이 껴 있었어


나도 남자인지라 그런애들이 와서 뀨잉뀨잉 거리면

대답 한번 더 해주게 되더라고


그래도 난 왠지 여성스러운 고은이에게 눈이 더 가더라


다른 직원들은 주로 예쁜 대학생들 얘기를 많이 했어


"올해 인턴들은 작년보다 예쁜것 같아~"

"어우 A조 조장 몸매가 캬~"


남자들은 다 똑같지뭐


합숙 둘째날 거의 모든 회사가 공통으로 하는

산행을 갔어 ㅋㅋㅋ


아침부터 어둑어둑한게 비가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랑 동갑이었던 다른 멘토와 내 가방에

인원수 만큼 일회용 비옷을 나눠담고 산을 올랐지

그리고 정상에 도착 하기 전에 이미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하더라


"멘토님, 비가오는것 같아요."

"어, 선배님 저도 비맞았어요."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이른 복귀 결정을 내리고

각조 조장들을 불러서 동갑내기 멘토와 함께 우비를 나눠줬어


각자 우비를 입고 인원 점검을 하는 중에 고은이가 나에게 달려왔어


"멘토님, 저희조 우비가 부족해요."


이미 제법 쏟아지고 있던 비에 고은이는 생각보다 많이 젖었고

나는 우선 입고 있던 고어텍스 바람막이부터 벗어서 고은이에게 입혔어


"일단 이거 입어요. 체온 떨어지면 안되니까."


근처에 있던 일부 여자인턴들이 야유섞인 환호성을 보냈어


오-

상남자-

멋있다-


등등?


고은이는 약간 수줍은듯 내 앞에 서 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용하게


"고맙습니다."


하고는 바람막이 지퍼를 올렸어


난 가방에서 우의를 하나 꺼내 입었지

그 사이에 모자란 인원이 더 있는지 동갑내기 직원이 확인을 했어


그리고 하산하는 동안 비를 맞아 젖은 고은이를 곁에다 두고갔어

유일하게 젖은 교육생이라 신경이 쓰이더라고


다행히 연수원에 사고 없이 잘 도착했어


나중에 합숙이 끝날때 롤링페이퍼를 만들었는데

내 종이에는 고은이가 남긴 걸로 보이는 코멘트가 있었어



훈남 멘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목소리가 좋으셔서 교육내내 집중이 잘 됐어요.

회사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p.s. 산에서는 정말 멋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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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하면 프롤로그로 끊기 적당한가?


사실 합숙 둘째날 오후에 재밌는일이 좀 많았는데

다 쓰기에는 또 분량만 늘어날 것 같고

그러다보면 읽는 형 누나 동생들이 지겨워 할 것 같아서


그냥 회사 들어가서 있었던 일들 부터 풀어보려고

이번편은 가볍게 소개만 했다


재밌게 봐줘